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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학 캠프를 다녀와서

  • 양진아
  • 조회 352
  • 2019.01.21 03:13

추로지향 겨울방학 중국 어학 캠프를 다녀와서

 

201912일부터 111, 910일의 일정으로 중국 곡부 사범 대학교에서 열린 어학 캠프를 다녀왔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소망과 기대로 부푼 행복감이 채 가시지도 않던 다음날, 곧바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니 더욱 설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점에서 더욱이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겐 이번 일정이 매우 짧게 다가올 만큼 꽤 알찼지만 그렇다고 매일 그리고 매 순간이 내게 엄청난 울림을 안겨주진 않은 듯하다. 그런데도 매 순간 배움과 깨달음은 늘 존재하기에 내가 경험했던 기억에 남는 것들 위주로 지난 시간을 상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배움, 언어는 용기와 자신감이다.

이번 캠프를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분명했다. 현지인들과 소통할 때 교양수업을 통해 배운 중국어를 유용하게 사용해보는 것이다. 여행 초반에는 낯선 타지에 대한 두려움에 회화에 능숙한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실전 대화에서 입을 연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나는 비록 서투를지라도 먼저 중국어로 대화를 건네봐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입을 열기 위해 애를 썼다. 짧고 어색한 유치원 수준에 단어와 문장이었지만 내가 던지는 말을 웃으면서 맞받아주는 중국 학생들을 통해 조금씩 용기를 얻게 되었다.

하루는 스스로 물건을 사 오는 미션을 주었다. 낯선 곳을 혼자 돌아다닐 생각에 무섭고 두려움이 앞섰지만 지금 못해보면 평생 언어 앞에서 움츠러들 것만 같았기에 내게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어보고 고르기를 반복하는 옷 사는 일은 회화 새싹단계인 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모험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가게에 손님이 없었을뿐더러 사장님께서 서툰 중국어를 이해해주시니 더욱 힘을 받아 머릿속 단어들을 쥐어 짜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wo xiang mai zhege.) 입어보고 싶다, 이건 별로고 저게 예쁘다,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모두 얼마냐, (wo bu yao, piaoliang, hao de, duo shao qian,,xie xie. hen gui) 서툰 회화를 구사해가며 한국에서 옷을 사듯 물건을 살 수 있는(mai dongxi) 나를 발견하였다.

물론 번역기에 도움도 어느 정도 받았지만 긴 시간 현지인과 오로지 중국어로만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두 번째 배움, 여유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중국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식사할 때, 원형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문화와 차 문화다. 식사 시간마다 늘 이 두 가지를 함께 접할 수 있었는데 매번 처음 경험하듯 낯설고 새로웠다. 언젠가 아빠께서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시간대 마주 보고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자주 모이기 힘들어지면서 함께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는 식사 자리는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가족에게도 더군다나 귀하고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아마 중국의 원형 식탁문화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을 듯하다.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하며 여유롭게 즐기는 식사는 그 순간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며 아름다운 자리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음식을 먹는 중간중간 차를 마시며 식사의 여유를 두는 것 또한 중국으로부터 배울만한 괜찮은 문화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살며 느림의 미학을 찾으라면 다수가 콧방귀를 뀔 것이다. 바쁜 일상을 치열히 살아가되 식사 시간만큼이라도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음식을 먹는 일, 음식이 잘 소화될 수 있도록 틈틈이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의 여유를 두다 보면 식사 시간에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더욱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을 다녀온 이후 첫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의 제안으로 우리 가족도 식사하며 차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낯선 경험이었지만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앞으로도 종종 차를 함께 마실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이밖에도 중국 학생들의 열정, 공자의 사상과 가르침, 신기한 자가용 자전거 등 중국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봄을 통해 그저 이웃 나라, 먼 세상이 아닌 중국이라는 나라, 이를 구성하는 사람들, 나아가 이들이 만들어낸 문화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존중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 것 같다. 처음 중국에 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나라와 비교를 통해 중국을 바라보았던 그릇된 시선이 조금씩 올바르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중국어에 대한 흥미가 만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돌이켜봤을 때, 10일간 중국에서의 경험은 단순 가벼운 것이 아닌 앞으로 내 삶을 더욱이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을 믿는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좋은 시간,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이 여행을 오래도록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싶다. 끝으로 함께 참여한 좋은 친구들, 너무나도 잘 이끌어주신 김은경 선생님, 교양 중국어를 재밌게 가르쳐 주신 김지윤 선생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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